[임정기 위키트리 세종·대전충청본부대표]
지역신문의 위기이다.
특히, 종이신문의 위기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등장한 이후, 현재 급속하게 진행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전망조차 어렵다.
4차 산업혁명시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모바일화는 더욱 종이신문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젊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세대들은 뉴스와 정보를 더 이상 신문을 통해 얻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MZ세대에게 모바일은 신체의 일부와 같다. MZ세대는 둘이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SNS로 소통할 정도이다.
요즈음 온통 우리의 일상이 손 안의 모바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유트브, 페이스북과 트윗터, 틱톡, 밴드 등 SNS 세상에서 이들 MZ세대 못지 않게 50∼60대 장년층과 70∼80대 노인층도 정보와 소식을 빠르게 교류하며 소통한다.
이제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신문 보는 사람을 찾기는 더 이상 어렵다. 대신,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관심사를 찾아 모바일 속 세상을 넘나들 뿐이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20 언론 수용자 조사'는 종이신문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
'지난 일주일간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10.2%였다. 이는 지난 1993년 조사 당시 응답률 87.8%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이다. 종이신문을 정기구독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6%였다.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2011년 19.0%에서 2018년 80.8%로 껑충 뛴 반면, 종이신문은 2011년 44.6%에서 2018년 17.7% 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종이신문을 개별 구독하기 보다는 포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은게 현실이다.
이같은 신문 안팎의 환경변화는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고 나면 인터넷신문이나 소셜미디어가 새로 생긴다. 이들 매체는 지역 신문사들에게 부담스런 선의의 경쟁자이다.
인류가 처음 겪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언론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변종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언제 종식될지도 불투명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과 언론환경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계란판 신문'은 신문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계란을 담는 계란판을 만드는데 독자를 만나 보지도 못한 새 신문지가 포장 비닐도 뜯기지 않은채 하루 120여톤 규모인 40만부씩 소비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앙지 주요 신문사의 부수가 부풀려졌다며 한국ABC협회(부수공사제도)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다고 밝혀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황희 문체부장관은 ABC협회에 지원했던 공적자금 잔액 45억 원을 환수하고 정부광고 집행 및 언론보조금 기준서 제외하겠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분명히 했다.
현 정부는 또한, 과거 노무현 정부 이후 유지해 왔던 지역신문발전지원금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역 신문사의 취재 및 경영환경에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미디어 바우처 정책'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언론관련 공적자금의 분배 과정에서 수요자인 시청자와 독자가 지원금의 용처를 결정하고 통제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 언론환경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과연 지역 신문이 살아 남을 해법은 있을까.
그 해법은 나락으로 떨어진 뉴스 신뢰도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방통위 공청회에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를 인용, 우리나라의 경우 '뉴스 신뢰도'와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거의 최하위라고 밝혔다.
2006명의 한국인에게 '지난주에 포털 등 온라인 매체 말고 어떤 오프라인 매체(TV, 라디오, 신문)를 통해 뉴스를 접했는지'를 물어본 '매체별 뉴스이용' 항목에서 지역 신문은 KBS, 조선일보 등 16개 오프라인 매체들 가운데 최하위였다.
KBS(47%) 등 TV방송이 1∼9위까지 조선일보(18%) 등 중앙지들이 10∼15위까지 기록한 가운데 지역신문 이용률은 고작 8%로 조사됐다.
정작 심각한 것은 '뉴스 신뢰도' 였다. 지역 신문에 대해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5%로 이는 조선일보, 경향신문과 함께 15개 신문방송 가운데 공동 꼴찌수준이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데다 이용률까지 떨어지는 게 지역 언론의 현실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달랐다. 총 20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일본 지역신문은 NHK 방송, 아사히 신문 등 16개 일본의 신문방송 중 일곱번째로 높은 이용률(19%)을 보였다.
중앙지인 요미우리(13%)나 아사히 신문(9%)보다 높았으며 '뉴스를 믿는다'고 답한 신뢰도 순위에서 1위 NHK 뉴스(60%)와 2위 니혼게이자이 신문(55%)에 이어 지역신문(54%)이 세번째로 높았다.
우리 지역신문도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일자리문제와 교육, 경제, 환경, 부동산, 육아, 지방자치, 분권 등 '지역밀착' 기사를 쓰고 기획과 특집기사로 승부한다면 기사회생 할 수 있다고 본다.
'조회수' 늘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고, 경영을 다각화 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면 분명 생존할 수 있다.
지역신문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 이 글은 충북언론인클럽이 최근 발간한 '충북언론' 창간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의 허락을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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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 2025-09-12 17:4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