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민들이 말을 삼가고 있다

[태희가간다-홍콩시위 현장을 가다]
   
포토 | 입력: 2019-11-24 | 작성: admin@admin.co.kr 기자

<소셜미디어태희>는 오는 12월 10일 창간 1주년을 맞아 특집시사프로그램 제작차 지난 21일부터 1박2일간 홍콩을 찾았습니다. 전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홍콩시위’를 충북인의 눈으로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홍콩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당초보다 취재인력과 촬영장소를 대폭 줄여 무사히 취재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홍콩취재 1보를 내보냅니다. 창간 1주년 특집프로그램인 ‘홍콩, 그 어두운 빛’은 다음 달에 방영됩니다./편집자주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씨를 추모하는 대자보가 나붙은 홍콩대역 입구./소셜미디어 태희
 

 

 

“내 얼굴을 찍어도 안되고, 내 말을 녹음해도 안됩니다. 정부나 경찰이 언제 나를 적발할지 모릅니다”

 

21일 오후 홍콩대역 앞에서 만난 웡(WONG)씨는 <소셜미디어태희>와의 인터뷰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20대 전문여성인 그는 <태희>가 인터뷰를 시도한 사람 가운데 가장 열정적으로 자기 표현을 한 사람이다.

 

웡씨는 ‘Poly U’를 아는지 물었다. 이 뜻을 잘 몰랐던 취재진은 이 단어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중인 ‘홍콩이공대(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그는 이 대학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는 홍콩시위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이 이벤트(Event)에 대한 입장을 말할 수는 없다. 누구도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폴리유(Poly U) 학생 수백명이 체포됐고, 대학생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시위과정을 20여분에 걸쳐 차분하게 설명했다.

 

홍콩대학역 앞에는 지난 8일 홍콩이공대에서 추락사한 홍콩과학기술대(HKUST) 2학년 차우츠록(周梓樂·22)씨를 기리는 추모글과 조화, 초가 놓여 있었다.

 

이 역 기둥에는 차우씨 뿐만 아니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한 대학생들을 추모하고, 경찰을 비난하는 포스터들이 수십장 붙어 있었다.

 

 

#홍콩섬, 겉으로는 평온하다

 

지난 11일 홍콩경찰이 비무장 시위대에 권총을 발사한 아이완호역 사거리 현장의 모습./소셜미디어 태희

  

홍콩섬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태희>가 숙박한 호텔의 직원은 “이 근처는 안전(safe)하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에는 사이완호역(西灣河站) 사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 11일 경찰이 차우츠록씨 추모집회를 열던 비무장 시위대에게 총을 쏜 장면이 SNS로 생중계된 곳이다.

 

피격된 자리에는 동그란 표시가 되어 있고, 근처의 건물 벽에는 ‘Free HK ’등의 낙서들이 눈길을 모았다. 또한 주변 거리바닥 벽돌이 십여m 뜯겨져 있었다.

 

이날 밤에는 홍콩의 각 TV, 중국매체인 CGTN까지에서 홍콩시위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홍콩이공대의 폭력적인 모습이 계속해서 나왔다.

 

홍콩섬은 저녁은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바다건너 구룡반도의 모습에 대해 마냥 무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식당에서 TV뉴스를 유심히 지켜보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또한 이날 낮에는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IFC몰에서 수백명이 5대요구 관철을 위한 시위를 열었다. 이들이 요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대학이 떠올랐다

 

홍콩대 정문입구 모습. 대학직원과 보안요원들이 출입자들을 검문하고 있다. 학교앞 보도블록도 훼손돼 있다./소셜미디어 태희

 

 

<태희>는 시위현장에 가지 말라는 우리나라 정부의 권고대로,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취재를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위가 많이 발생하지 않은 홍콩대(University of Hong Kong)를 찾아 대학생들과 인터뷰를 하고자 하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홍콩대 정문과 지하철 근처의 홍콩대 입구는 보안요원들이 진을 치고 출입자들을 검문했다. 이 학교 학생들만 출입시켰고, 수상한 물품들은 검색했다.

 

1980년대에 한국의 대학에서 흔히 보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룡반도의 충격적인 아침

 

홍콩의 시위현황 사이트에서 알려준 21일 밤 8시 현재 시위 모습. 가운데 경찰차 그림이 많이 있는 곳이 홍콩이공대 주변이다./소셜미디어 태희

 

 

22일 아침 일찍 구룡반도에 가봤다. 어제의 홍콩섬과는 정반대다. 아주 충격적이다. 그동안 얼마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하철은 홍콩이공대역에서 멈추지도 않는다.

 

취재진은 몽콕 역 일대를 돌아다녔다. 지하철역 입구 곳곳은 폐쇄됐고, 경찰과 홍콩정부를 비난하는 라카 글씨가 많았다. 

 

특히 이 일대에서 작동하는 신호등은 한 대도 없었다. 시위대가 다 부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도 없다. 사람들과 차량들이 알아서 피해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22일 아침 몽콕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이 굳어있다./소셜미디어 태희

 

홍콩은 충북 제1의 수출국이다. 청주에서 보내는 수출물량의 36%가 홍콩으로 간다.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홍콩이 1980년대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을 봤다. ‘1국 2체제’속 홍콩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태희>는 웡씨가 "그래도 오는 24일에 열릴 예정인 구의원 선거가 연기됐다는 소식은 없다"면서 다소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기억하며 이날 오후 홍콩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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