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의 아침

[단양이야기] 이보환 전 중부매일 기자
   
포토 | 입력: 2018-12-31 | 작성: admin@admin.co.kr 기자
소백산 비로봉의 설경 / 뉴시스
소백산 비로봉의 설경 / 뉴시스

새벽 4시,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잠이 깬다.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벌떡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술자리 등 방탕한 생활이 며칠 이어진 탓이다.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 등산 장비를 챙긴다. 
귀까지 덮는 모자부터 장갑, 목도리, 양말, 손난로, 여분의 옷 까지 배낭에 넣는다. 보온병에 따끈한 옥수수차를 끊여 담는다. 

등산을 함께 하기로 한 소백아(소백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공병덕 대장님께 문자가 온다.

'고수대교 앞에서 30분'

집에서 2∼3분이면 도착한다. 
반가운 대장님이 등장 한다. 차를 타고 산 밑까지 10여분... 우리는 가족부터 지역 이야기를 나눈다.

건강관리를 위해 소백산 비로봉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오른지 10여년 된 것 같다.

새벽산행은 주말 일정이 바쁜 경우 대부분 내가 부탁한다. 
대개는 혼자 가지만 어두운 새벽엔 홀로 가기 쉽지 않다. 몇 년 전 멧돼지를 본 이후 부터다.

천동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손전등을 켠다. 
이제 산행을 시작한다.

옛 소백산북부사무소까지 20여분 올라가면 아무리 추운 날도 몸이 더워진다. 
둘이 올라가는 발자국 소리, 짐승 울음소리, 물소리, 숨소리만 들린다.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 오르막이 시작되고 숨이 차온다. 호흡조절을 하다보면 그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리속에선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리하고 결정한다. 산행을 즐기게 된 이유다. 

2시간에서 2시간30분 쉬지 않고 비로봉에 오른다. 
머리는 정리되고,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면서 몸이 가벼워진다. 비로봉 정상 돌무덤에 감사인사를 한다. 오늘도 이렇게 건강하게 산을 오를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의 음덕도 생각해본다.

사진 몇 장 찍고 하산 준비를 한다. 
배낭에서 지팡이를 꺼내 길이을 맞추고 아이젠을 신는다. 하산 할 때는 속도가 다르다. 대장님은 날다람쥐같이 빨리 가지만 난 허우적 거리며 여유를 갖고 뒤따라간다.  소백아 회원들 얘기로는 키가 커서 내려오는 모습이 허우적 거린다고 한다. 그래도 중간 중간 기다려주는 배려덕분에 함께 하산한다.

4시간 넘는 산행을 9시 이전에 마무리하고 평소처럼 9시에 출근한다. 
몸은 노곤하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 보다 맑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다. 

등산은 다리 등 전신의 근육을 강화해 주기도 하지만, 난 마음의 근육을 더 튼튼하게 해준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보환 前 중부매일 기자
이보환 전 중부매일 기자

사람을 살린 다고해서 활인산(活人山)으로 불리는 소백.

죽령-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은 걷는 이들의 피곤함을 없애준다.

천동, 새밭, 늦은맥이 등 다양한 등산로는 언제나 풍부함을 자랑하는 계곡수가 일품이다.

정상인 비로봉((1439.5m) 인근에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군락이 경이롭다.

수령 200~500년 된 고목 1천여 그루가 붉은 줄기를 자랑하는데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이제 곧 설경이 펼쳐지고 아름다운 서리꽃이 피어나는 소백으로 많은 분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