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민족도 그들의 역사를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현재를 떠받쳐주는 전제요, 그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모든 나라의 미래의 기초가 됩니다. 독일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책임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Keine Nation kann sich ihre Geschichte aus-suchen oder Sie abstreifen. Geschichte ist die Voraussetzung der Gegenwart - und der Umgang mit ihr ist die Grundlage der Zukunft jedes Landes. Aus der deutschen Schuld erwächst unsere Verantwortung, nicht vergessen zu wollen.)
쇼이블레(W. Schäuble) 국회의장 연설이 이 대목에 이르자 회의장을 꽉 메운 의원들로 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늘 아침 독일연방의회에서 있었던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식 장면이다.
1945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점령한 소련군의 눈앞에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나치가 저지른 반인류적 범죄의 상징이 된 아우슈비츠. 그 아우슈비츠를 해방한 1월 27일은 그후 나치희생자 추모일이 되었다.
정범구 주독일대사나치 범죄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독일인들에게 어쩌면 이 날은 잊고 싶은 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바이채커(v. Weizsäcker) 전 대통령이 말한 것 처럼 "과거에 대해 눈감는 자는 미래에 대해서도 눈 감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기념식에는 나치박해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학자 프리드랜더(Prof. Saul Friedländer) 교수가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하였다. 자신은 살아 남았지만 아우슈비츠로 끌려 간 부모님은 살아남지 못했다.
그를 앞에 두고 쇼이블레 의장은 말했다.
"우리 헌법 제1조(인간의 존엄은 침해될 수 없다. Die Würde des Menschen ist unantastbar)는 우리 현실을 그리 간단하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 조항은 오히려 수백만명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망가졌던 것에 대한 대답"이라고 하면서 "비록 우리 헌법에서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를 찾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독일인들이 저질렀던 반인류적 범죄에 대한 반성은 우리 헌법에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다."
(Den Begriff Holocaust findet man im Grundgesetz nicht. Aber das von Deutschen begangene Menschheitsverbrechen hallt in dieser Verfassung unüberhörbar nach.)
이 대목에서 또 한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독일인들.
그래서 "기억의 문화"라는 단어가 있는 나라.
나라의 품격, 클라스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