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비단 제조업 등의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국내외 석학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제3차까지의 산업혁명이 말 그대로 산업의 혁명이었다면 이제 대면하게 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산업기반, 경제생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등과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 양식 등 본질적인 것까지도 변화할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한마디로 그간의 변화는 몇몇 관계들에게 조용하게 찾아왔지만 다가올 변화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며 또한 그 파장도 깊고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용어로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는 표현이 있다.
필름 카메라를 대체한 디지털카메라, 음반을 대체한CD, 그리고 그 CD를 대체한 mp3 등등 기존 시장에 어떤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기술과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은 주로 이러한 파괴적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블록체인, 인간의 지적능력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등등은 그 하나만으로 또는 몇 가지의 조합을 통하여 기존 질서를 충분히 바꿔놓을 파괴력을 지녔다.
파괴자와 파괴될 자 사이에서의 갈등은 그 규모가 클수록 또한 이해관계가 클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만약 일자리라면 더울 그렇다.
최근 다수의 지면을 채우며 논란 중에 있는 것처럼, 일자리를 위협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EU의 로봇세(Robot tax) 논의나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미래를 대비하여 대다수 국민을 위해 국가가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스위스와 핀란드의 기본소득(Basic income) 논의는 모두 다 미래에 확실하게 다가올 일자리 없는 세상에 대비해야 하는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과 그에 따른 낮은 노동생산성,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 실업 그 자체가 죽음보다 두려운 현실, 창업보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열망….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 그 자체에만 연연하고 있지 않을까?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또한 바뀐 세상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궂은 일, 싫은 일 마다 않고 불철주야 일해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늦었지만 발 빨랐던 산업화로 인하여 많은 일자리와 부를 안겨다 주었지만, 그 언제 우리는 스스로 즐기고, 여행하고, 진실에 대해 알아가며 인간의 본성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된 세상은 산업화에서 비롯된 단순 반복적이고 위험하고 힘든 활동을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일)자리에서 벗어나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가 인간성이 발휘할 수 있도록 즐길 것, 여행할 것, 진실한 것을 맘껏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닐까.
더 나아가 이것이 즐길 자리, 여행할 자리, 진실을 알 자리 등으로 발전하고 일자리를 대신하여 미래 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