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진천과 아산주민들에게 보낸 감사의 메시지
지난 달 29일 갑자기 발표된 우한교민의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수용발표로 이후 3일간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보여준 태도가 거의 정반대여서 과연 어떤 리더십이 이 시대에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청와대발 '해피엔딩'은 그리 개운치 않은 뒷맛을 여전히 남기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달 29일 우한교민의 진천수용에 대해 유감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장회 충북도 행정부지사.
충북도의 입장은 처음부터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난 달 29일 김장회 행정부지사가 나타나 ‘중국 우한교민 임시 생활시설 관련 입장표명’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중국 우한교민의 임시생활시설을 당초 천안으로 결정하였다가 천안시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진천으로 변경(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감정에 기름을 부을만한 표현을 공식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의 표현만 했으면 오히려 적절했을 것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충북혁신도시 한복판에 있으며 이미 3만이 넘는 인구와 9개의 초․중․고교가 밀집한 지역으로 전염병의 주민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임시 생활시설로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므로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한 것 말이다.
그런데, 충북도는 여기에 덧붙여 속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 생활시설을 충북으로 선정해야 될 경우 164만 충북도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이다.
유감표명과 재고요구, 그 다음에는 결국 ‘돈을 달라’고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양승조 지사는 나타났다
지난 달 29일 우한교민의 아산 수용에 대해 수용입장을 밝히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
비슷한 시각 양승조 지사는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지원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생활시설이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결정됐다”며 “우리 도는 지역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임시생활시설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적극수용 의사를 밝혔다.
양 지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국가로서 내려야 할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재난 앞에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아산시민 여러분께 도지사로서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지사는 이어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우리 충남도의 생각”이라며 “도민 여러분의 우려와 염려가 크시겠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을 믿고 더 큰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만 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아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단호하면서도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밝혔다.
양승조 지사, 우한교민 근처에서 숙식
지난 달 31일 아산 우한교민 임시생활시설 인근에 집무실을 마련한 양승조 충남지사.
양 지사는 아예 우한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 인근에 현장집무실과 숙소를 마련했다.
양 지사는 지난달 31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00m 떨어진 아산 초사2통 마을회관 1층 2개 공간을 활용해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숙소에서는 양 지사 부부가 생활하며, 식사는 인근 식당을 이용키로 했다.
양 지사는 “지금 이 시간부터 우한에서 온 우리 국민들이 임시생활시설에서 안전하게 귀가하실 때까지 모든 집무와 회의, 그리고 일상생활을 이곳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종 지사, 정부에 ‘청구서’ 내밀어
이시종 지사가 지난 1일 우한교민 임시생활시설인 공무원인재개발교육원앞을 방문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 지사는 30일 진천 현장에 왔었다. 주민들과 대화도 하고, 악수도 했지만 “왔다가 갔다가만 하면 뭘하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진천 충북 혁신도시 추진단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이 일대 방역 강화와 진천·음성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충북도는 이날 우한 교민의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입소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에 28억 4000만원의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했다.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이시종지사, 양승조 지사, 송기섭 진천군수, 오세현 아산군수에게 직접 전화를 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신 진천군민들과 아산시민께 감사하다”며 “국민께서도 진천군민과 아산시민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