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왜 1만명이나 ‘SPC’를 지켜야 했나

SPC삼립 청주공장 과잉경비 논란...경찰 내부서도 불만 증폭
   
뉴스 | 입력: 2021-10-01 | 작성: 안태희 기자

 

지난달 30일 화물연대 집회가 열리기전 SPC삼립 청주공장 주변 모습./소셜미디어태희

 

 

[소셜미디어태희=안태희]


지난 달 30일 별다른 충돌없이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청주집회가 끝났지만 이후 경찰의 SPC삼립 청주공장 과잉경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경찰의 1주일여의 경비를 한데 대해 일개 회사의 노사문제에 경찰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이번 SPC사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회사도 아닌데 왜?


가장 큰 의문은 반도체 산업등 국가기간산업 업체도 아닌 빵류를 생산하는 SPC삼립 청주공장에 연인원 1만명의 경찰력이 동원됐어야 하는 점이다.


경찰측은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으로부터 업체를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경찰의 보호(?) 덕분에 회사측은 별다른 비용 지출없이 회사를 지킬 수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이 청주에서 17명을 연행했고, 회사 안팎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밤낮으로 회사를 지켰다.

 

 

30일 경찰관계자들이 SPC삼립 청주공장에서 현장을 살피고 있다./소셜미디어태희

 

 

경찰은 교통 뿐만 아니라 형사들까지 대거동원했고, 경비인력이 청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차출됐다. 청주집회 현장 근처에서 경찰 화장실차가 배치될 정도였다.


화물연대가 지난 달 30일에 1000명의 노조원이 집결하기는 했지만, 경찰은 그 전부터 SPC삼립 청주공장을 에워싸고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과보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경찰관은 반도체업체도 아니고 빵공장을 국가 세금으로 지켜야 하느냐. 노조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소환조사해서 의법처리하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과잉경비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회 충돌에만 포커스" 지적도


이 과정에서 일부에서는 불법집회를 왜 경찰이 진압하지 않느냐면서 강제해산을 종용하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서 경찰이 만일 강제해산을 대대적으로 시도했다면, 부상자 발생은 물론 자칫 심각한 상황을 낳을 수도 있었다.

 

SPC삼립 청주공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 화장실차./소셜미디어태희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충북경찰의 대응은 침착했고, 후유증을 최소한 측면이 있다.

 

정의당 충북도당이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와 경찰의 충돌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보도태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 충북도당은 지역의 언론도 집회 밖의 공포가 아니라 강제로 연행된 노동자들의 얼굴과 절실한 몸짓이 공권력에 가려지지 않게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을 정도다.


화물연대 "공권력 아니라 SPC사설경비대" 비난


경찰의 대대적인 작전은 즉각 노조측의 반발을 불러왔다화물연대는 지난 달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권력이 아니라, SPC사설 경비대로 전락한 폭력경찰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열린 민주노총  화물연대 청주집회 모습. 이날 주최측은 문재인 정부와 경찰을 강도높게 비난했다./소셜미디어태희

 

 

화물연대측은 제대로 된 공권력이라면 파업이 빠른 시일내 종료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파업현장의 질서유지와 부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경찰은 마치 SPC의 사설 경비대처럼 파업현장에서 공장을 지키고 파업대오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지난 1주일동안 경찰은 노조원들의 10배에 가까운 경력으로 SPC의 대체배송을 호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달 30일 화물연대측이 완전히 철수하기도 전에 회사측이 제품을 반출하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노조측과 다시 충돌할 것을 우려한 경찰이 아연실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SPC관계사에 대한 경비는 파리바게뜨의 전국 가맹점이 3000개가 넘는 등 파업에 따른 소상공인 가맹점들의 연쇄 손실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면서 "특정회사를 과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충북경찰청은 또 "불법집회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조만간 할 계획이며, 큰 불상사 없이 집회관리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