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율 농협은행 청주 신봉동지점장
연말을 맞아 각 회사마다 인사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승진하는 사람, 승진에 탈락한 사람, 저마다 희비가 엇갈리면서 인사와 상관없는 직원들은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게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인사철 속에서 조용히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퇴직자들이 그들이다.
이종율 농협은행 청주 신봉동지점장은 37년 10개월 동안 ‘농협맨’으로 살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1년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농협만 바라보고 살아온 그로서는 퇴직이라는 말 자체를 실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두명씩 인사말을 건네오면서 ‘아, 이제 정말 퇴직하나보다’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의 농협인생이 남다른 것은 두 번의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을 한 ‘낙선거사’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과 2005년에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그에게 후폭풍은 거셌다. 인사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이고, 원하지 않는 지역으로가서 일을 해야 하는 ‘귀양살이’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해 농협은행 충북지역본부는 그 전년 9월에 치러졌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충북지역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배모씨를 전체 직원이 2명인 법원영동지원출장소로 발령했다.
배씨의 측근으로 분류된 청주시지부 이모씨가 옥천지부로 발령났으며, 또 다른 직원 여러 명도 연고가 없는 곳으로 발령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조위원장 낙선자와 측근들이 한꺼번에 발령나자 일부에서 낙선한 후보와 측근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불만이 컸었다.
이 기사에 나온 이모씨가 이 지점장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37년여 농협생활이었네요. 되돌아보니 어떻게 느껴집니까”
이런 질문에 이 지점장은 편안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선거는 선거이고, 그이후의 일들에 대해 앙금이 남아있거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없습니다. 내 인생에서 농협을 선택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도 자랑스럽고, 잘 마치고 제2의 인생을 걷게 된 것 또한 모두 농협의 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장은 말을 아꼈고,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이렇게 37년 10개월을 농협에서 보낸 이지점장은 이제야 비로소 ‘영원한 노조위원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후배들과 작별 악수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 지점장을 비롯해 청주지역 5개 지점의 지점장들의 퇴임식이 오는 27일 농협충북지역본부에서 열린다. 서정덕 본부장의 배려로 한자리에서 퇴임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